꿈연구원 |
2006-07-20 15:55:54, 조회 : 428, 추천 : 4 |
새벽 5시의 전화다.
친구 종호였다. 다짜고짜 본론이다.
"병풍 좀 빌려 다오."
"누가 죽었나?"
필자는 농담으로 막받아쳤다.
"종태가!"
"......"
금속공장 노조운동에 적극적이라 회사 운영진의 '눈엣 가시'라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은 있다. 일요일 친구들과 마을 빈터에서 축구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병원에 옮기고 입원수속밟는 도중에 죽었다는 것이다. 김종태. 20 살 입영통지서를 받아놓고 그는 그렇게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가난했다. 종호도 가방끈이 짧지만. 종태도 어렵게 공고를 마쳤다. 돈의 문제로 시신을 집으로 옮겼다. 병풍이 없었다. 필자는 잠을 털고 병풍을 싣고 종호에게 달려갔다.
"이놈이 이렇게 되려고 검은 물에서 목욕을 했나봐."
종호가 일주일 전 꾼 꿈에, 시궁창도 먹물도 아닌 이상한 검은물에 종태가 옷을 입은채 목욕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꿈속에서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는 것이다.
"내가 꿈에서나. 현실에서나 형 노릇 하나도 못해. 꿈에서 그 검은물에서 종태를 끄집어 냈어야 하는건데"
종호의 통곡이 좁고 낮은 집을 흔들었다.
죽음이나 삶. 우리 사람이 가진 의지 밖의 일이다. 허나,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이 그냥 오지 않는다. 그가 믿고 의지했던 혈연이나 지인에게 마지막 작별의 메시지를 미리 전하고 받는 것이다.
* 꿈연구원 1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0-01-11 12:33) |
|
|
